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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과 IT발전(전)한국교통대학교 총장)

성기태 | 조회 563

 

훈민정음과 IT발전

 

성기태()한국교통대학교 총장)

 

60년 이상 사용한 말과 한글이지만 고마움을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글도, 말도 없이 지금쯤은 중국어(한문) 또는 일본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사는, 언어 식민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 남아메리카 아이마라 부족과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부족의 문자로 쓰기로 하였고, 세계 많은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고 있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과학적이어서 세계문자 중 가장 으뜸으로 평가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훈민정음을 백성에게 교육하려면 책이 필요하였고, 당시로서 책을 만들려면 목판본(木版本)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종 28(1446) 훈민정음 28자를 세상에 반포 할 때에 찍어낸 판각원본, 세종이 훈민정음 창제의 취지를 밝힌 어제서문(御製序文), 자음과 모음자 운영방법을 설명한 예의(例儀)부분과 정인지, 성삼문, 등 집현전 8명의 학사들이 훈민정음을 해설하는 해례(解例), 두 부분도 모두 목판본(木版本)이다. 글자를 나무판에 서각으로 새긴 것을 목판이라 하고, 목판에 새긴 글씨를 찍어(인출) 장책(粧冊)하여 나온 책을 목판본이라 한다. 목판본을 찍어 내기 위해서는 나무에 서각(書刻 또는 刻字)하여 목판을 만든다.

 

서각은 크게 정서각(正書刻)과 반서각(反書刻)으로 나뉜다. 정서각은 서고를 바르게 붙여서 만든 편액(扁額), 현판류나 현대서각 작품 등이고, 반서각은 글자나 그림을 뒤집어 붙인 서고를 서각 하는 기법이다.

조선시대에도 목판인쇄술과 목활자 인쇄술이 그대로 전개되어 간경도감(刊經都監)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또한 인쇄와 서적 간행을 관장하는 감인청(監印廳), 교서관(校書館)등을 설치하여 훈민정음 판본을 비롯하여 각종 서책을 인쇄하였다.

 

만약 세종대왕께서 서울에 오신다면 한국인지 외국인지 구별하기 힘들게 되었다. 거리에 간판이며 각종상품, 아파트이름까지 외국어로 되어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지식인층의 말과 글에 더 많은 외국어가 남용된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한글 파괴는 갈수록 심각하다. 인터넷상에 한글 축약형 비속어 남발과 정체불명의 신조어, 공영방송에서 까지 이해할 수 없는 자막과 줄인 말을 남용하고 있다. 세종은 수천년 미래를 보는 해안을 가진 임금이었다. 26자인 알파벳은 한글과 같은 소리문자이고 조합도 쉽지만 알파벳 위치에 따라 발음이 다르고 나라별로 독음이 다른 단점이 있다. 그러나 한글은 하나의 글자가 하나의 소리만 갖는다.

 

한글은 기계적 친화력이 가장 좋아, 정보통신(IT)시대에 준비된 문자다. 세계화의 잠재력이 적지 않다. 24개의 자음, 모음으로 컴퓨터 자판에서 모든 문자입력을 해결할 수 있는 한글은 하늘의 축복이다.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한글은 5초면 되는 문장을 중국어, 일본어문자는 30~40초가 소요되어 비교가 안 된다.

 

한글의 입력속도가 7배 이상 빠르다. 이것은 정보통신에 큰 경쟁력이다. 한글이 디지털문자로서 세계정상의 경쟁력이 있는 덕분에 우리가 인터넷 강국으로 성장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영어식 발음 표기에 맞게 입력하면 화면에서 가나로 바뀐다. 또한 문장마다 한자가 많아 한자 변환도 하여야 하므로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같은 발음되는 한자는 골라주어야 한다. 언어를 여러 가지로 사용하는 국가들은 컴퓨터 입력방식 개발부터 골치 덩어리이기에 각국에서는 한글을 선호하는 한류 열풍과 함께 한글의 우수성은 더욱 높아지고 머지않아 한글이 세계 제2 언어가 될 것을 예상하게 된다. 중국의 경우 3만개가 넘는 한자를 모두 자판에 나열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중국도 발음을 영어로 묘사하여 알파벳으로 입력한 후 단어마다 입력키를 눌러야 화면에서 한자로 변환된다. 한국의 인터넷문화가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을 앞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가 30~40년 만에 세계10대 경제 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국민의 교육열과 근면 성실성에 의함도 있겠지만 한글이 경제와 교육에 미친 경쟁력과 특히 IT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