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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교육자의 고백(전 함양군 교육장)

오일창 | 조회 496

 

노 교육자의 고백

 

오일창(전 함양군 교육장)

 

1967220일 진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그해 31일자로 초등학교 교사로 교육자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199291일부터 1999228일까지 경상남도 하동, 함양교육청, 경상남도 교육청의 장학사로 임무를 수행하고 199931일 함양군, 안의 초등학교 교장으로 보직을 받은 이후 2009228일 경상남도 함양교육청 교육장으로 퇴직하기까지 43년간 인재 양성에 매진한 교육자로서 부끄럼 없이 살았노라고 자부하던 필자가 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를 알게 되면서 부끄럼 하나를 느끼게 되었다.

 

그 부끄러움은 다름 아니라 내가 43년간 초등학교 교단에서 미래 꿈나무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에게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들었고, 한글은 24자라고 가르친 것이 참으로 잘못된 지식을 검증하지 않고 내가 배웠던 것을 그대로 전달했다는 자각이었다. 굳이 나의 잘못을 합리화하기 위해 변명을 하자면,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교육계 동료들도 그렇게 배워서 알고 있었으리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 변명은 또 다른 부끄러움을 추가하는 자기모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족을 다는 까닭은 내가 교단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매년 10월이 되면 가르쳤던 한글날 노래 가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 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온 겨레 /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 새 세상 밝혀주는 해가 돋았네 / 한글은 우리 자랑 문화의 터전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1)

 

볼수록 아름다운 스물넉 자는 / 그 속에 모든 이치 갖추어 있고 / 누구나 쉬 배우며 쓰기 편하니 / 세계의 글자 중에 으뜸이도다 / 한글은 우리 자랑 민주의 근본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2)

 

한겨레 한 맘으로 한 데 뭉치어 / 힘차게 일어나는 건설의 일꾼 / 바른길 환한 길로 달려 나가자 / 희망이 앞에 있다 한글 나라에 / 한글은 우리 자랑 생활의 무기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3)

 

이 한글날 노래는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이 작사하고, 박태현 선생이 작곡한 곡이다.

 

이 노래 가사 중 1절의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2절의 볼수록 아름다운 스물넉 자는 그 속에 모든 이치 갖추어 있고의 가사처럼 어떠한 규명도 하지 않은 채 당연한 듯이 세종대왕이 펴신 한글은 스물넉 자라고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쳐왔음을 고백한다.

 

왜냐하면 훈민정음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한 훈민정음 해설사 과정을 참여하면서 세종실록의 14431230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는데, 그 글자가 옛 전자를 모방하고,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루었다. 무릇 문자에 관한 것과 이어에 관한 것을 모두 쓸 수 있고, 글자는 비록 간단하고 요약하지마는 전환하는 것이 무궁하니, 이것을 <훈민정음>이라고 일렀다.”는 기록을 근거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문자의 이름은 한글이 아니라 훈민정음이고, 1910한글이라고 이름을 지은 주시경 선생은 1940년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훈민정음은 24자가 아니고 자음 17자와 모음 11자로 28자인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여린히읗(), 반잇소리(), 옛이응(), 아래 아() 네 자가 소멸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여생은 한글과 훈민정음의 차이점을 바르게 알리고, 소멸한 네 글자를 복원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글자 훈민정음을 기념하는 탑 건립운동을 위해 활동하리라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