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훈민정음 해설사입니다!!(청주여자고등학교 교사)
김건일 | 조회 580
저는 훈민정음 해설사입니다!!
김건일(청주여자고등학교 교사)
저는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소속 훈민정음 해설사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청주시 북이면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초정약수터가 있고 이곳에 조성된 초정문화공원 내에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연구하셨다는 초정행궁이 복원되어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103권, 세종 26년(1444년) 2월 20일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등이 언문 제작의 부당함을 아뢰는 상소문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입니다.
“이번 청주 초수리(椒水里)에 거동하시는 데도 특히 연사가 흉년인 것을 염려하시어 호종하는 모든 일을 힘써 간략하게 하셨으므로, 전일에 비교하오면 10에 8, 9는 줄어들었고, 계달하는 공무(公務)에 이르러도 또한 의정부(議政府)에 맡기시어, 언문 같은 것은 국가의 급하고 부득이하게 기한에 미쳐야 할 일도 아니온데, 어찌 이것만은 행재(行在)에서 급급하게 하시어 성궁(聖躬)을 조섭하시는 때에 번거롭게 하시나이까.”
세종 26년(1444년) 두 차례에 걸쳐 무려 121 동안이나 요양 차 청주 초수(초정)에 머무시면서 어찌 급하지도 꼭 해야 할 일도 아닌데 훈민정음 창제에 몸이 달아 서두십니까라는 내용으로 1443년 훈민정음 창제 후 극렬하게 반대하는 신하들의 등쌀에 안질을 치료한다는 명분으로 한양을 떠나 초정리로 행궁(이궁)하여 밤낮으로 훈민정음 연구에 고심하시는 세종대왕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이러한 역사적 기록에 근거하여 세종이 행궁에서 약 4개월간 머무시면서 훈민정음을 다듬고 완성하셨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초정리에 훈민정음 관련 기념사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또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전국의 유적지에 가면 어디든지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며 해당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하고 있는 것처럼 이곳 초정 행궁이나 앞으로 건립될 훈민정음 기념관에서도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훈민정음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소양을 갖춘 해설사의 역할과 활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찾아가는 훈민정음 해설사로서 초, 중, 고등학교나 군부대 기관단체를 방문하여 우리 한글의 뿌리인 훈민정음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의하고 전파하는 것이 우리 해설사들이 해야 할 일이며, 이를 위하여 언제 어디서 강의 요청이 들어와도 자신감을 갖고 정확하고 그리고 재미있게 훈민정음에 대하여 특강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도록 훈민정음해설사들의 부단한 자기 연찬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훈민정음의 탄생지라고 할 수 있는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한 충북해설사들이 선도적으로 훈민정음을 알리고 전파하는 첨병이 역할을 하여 이러한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문화를 주도하는 조선의 사대부 계층이 오랜 한자, 한문 생활에 젖어 훈민정음 쓰기를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오롯이 우리말 쓰기를 강조한 서포 김만중이 그의 저서 서포만필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시문(詩文)은 제 말을 버리고 남의 나라 말(한문)을 배우고 있는데 비록 그것이 아무리 비슷하더라도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흉내 내는 데 지나지 않는다”라고 일갈하며 “자고로 우리나라의 참된 문장은 우리 글로 쓰인 정철의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세 편뿐이다”라고 단언하였듯이 책이며 신문이며 방송 같은 온갖 매체에 외래어가 판치는 이 시점에 더 늦기 전에 국어의 뿌리인 훈민정 음이 가지고 있는 정신과 가치를 제대로 일깨워주어야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 40년 가까이 국어를 가르치면서 점점 모국어인 국어의 중요성이 학생들의 인식에서 사라져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세계의 문자 중 유일하게 창제자와 창제 시기 그리고 창제의 원리가 담긴 그래서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되고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기초하여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를 올바르게 풀이하고 설명해야 하는 것이 훈민정음해설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전국에서 훈민정음해설사가 70여 명이나 배출되었다고 하니 전국단위 해설사 모임의 구성도 필요하고 국민 운동 및 체계적인 교육 차원에서도 훈민정음을 제대로 알고 알리는 노력이 기관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정부나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배양되어 문자문화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리며, 해설사로서의 사명과 각오를 다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