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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효용에서(전 충북도교육감)

유성종 | 조회 534

 

한글의 효용에서

 

유성종(전 충북도교육감)

 

우리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고,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입을 모아 칭송한다는 것을 인용 주장하는 현상 속에서도,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여 왔다.

첫째, 한글전용을 비판하는 세력들이다. 그 개인적인 주장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한문 병용을 초등하교에서부터 중고를 거쳐 대학까지의 교과서에, 그리고 국가 공문서와 신문 잡지에 이르기까지 하여야 한다면서, 한글전용이 국가어문정책에 큰 죄과를 저지른 것처럼 말한다.

그들은 대중의 일반 언어와 학자연구자의 탐구적 언어와를 구별하지 못하고 혼동하는 것이다. 필요한 사람은 한문을 배우고 중국사, 중국문학, 그 밖의 관련학문을 연구 섭렵하면 되지 않는가? 아무도 그 영역의 학문적 접근을 반대하고 거부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 한문은 전공 교수들과 학자들이 그 연구의 목적과 도구로 배우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대중은 한글전용의 문화생활대로 누리게 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올림픽을 치르면서, 중국인을 맞이하기 위하여 서울을 중심으로 간판이나 표지에 한자병기를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한자가 우리가 가르치는 번체자였기에, 간체자로 배운 중국인들은 한국의 한자병기의 표지들을 읽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뒤떨어진 생각이고, 허망한 낭비였는가?

둘째, 우리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적은 자모(24)이나 조합하여 만들 수 있는 문자는 3,500자에 이르고, 그런 글자 만들기의 폭넓음에서 인터넷 사용 세계1위의 소통능력을 자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보화사회의 가장 효율성 있는 도구가 실로 한글 24자에 있는 것이다.

 

셋째, 우리의 국어국문학과 국어교육학에서, 국어문법 교수의 소홀로 국어를 가르치는 교원들이 문법을 모르고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도 안 가르친다는 현상이다. 제나라 문법을 몰라도 제나라 국어소통에는 문제가 없다는 언어 일반의 속성에서 그런지는 몰라도, 국어 교사가 국어문법을 모르고 안 가르친다는 것은 언어정책이나 국어교육의 커다란 허구이고 맹점이다. 이는 참으로 딱한 일이다.

외국의 석하들이 한글을 절찬하는데, 그 뜻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을 수용하고 호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언어철학이나 논리학적 지향이 아니더라도, 문법만은 가르치고 알아야 한글문화의 창달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넷째, 한글 창제의 뜻은 국어가 중국 한자와 달라, 백성이 쓰기 어려워서 스물여덟 자를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말과 중국어는 어족으로도 다르고, 수만 자에 이르는 한자를 배우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 백성을 위하여 새 우리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 세계 어디 어느 나라에 이러한 고귀한 뜻으로 만들어진 문자가 있는가?

더구나 문자의 독점으로 군림하고, 문자제작은 강대국 제왕의 전권이라는 세상에서, 극도의 사대주의에 빠져 있던 귀족문화 전담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들어진 훈민정음인 한글, 그 이념은 진실로 홍익인간한사강의 전개이고 선언이고 실천이었다.

 

다섯째, 우리는 이제 세계의 선진국이 되었다. 뭐 더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가 있는가? 언어도 자주독립이고 문자도 선구적이다. 우리 겨레는 세계의 모든 외국어를 발음할 수 있고, 우리 한글은 그것들을 거의 원어와 같이 표기할 수 있다.

그리고 학습의 쉬움에서, 응용의 실제에서, 문자의 가치에서, 한글은 단연 뛰어난 문자로서 세계 인류에게 개방하고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먼저 우리 국어를 다듬고, 우리말과 한글=우리글을 정화하여야 한다.

 

여섯째, 프랑스와 같은 언어국수주의가 아니더라도, 우리말과 우리글이 세계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나름의 노력으로 우리말의 품격을 높이어 세계에 자신 있게 제공하여야 한다.

그것은 표준말의 재평가이고, 외래어의 조정 정화이며, 신조어나 은어를 선별하여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의 전산기기의 축약어나 기호(sign, simbol) 등은 거부랄 수는 없으나, 표준어로 대접받으려면 국어정책의 척도로 선별되어야 한다.

 

일곱째, 우리의 국력신장은 우리말의 세계화와도 일치하는 개념으로 정립된다. 이것을 국가적 연구기구에서 정책과제로 삼아야 할뿐만 아니라, 해마다 그 정화 내용을 국민에게 제시하여 여론을 수렴하여 제정하고, 국어교과서와 교육으로, 문학 작품으로, 저작물의 기준과 수단으로 수용, 실용, 전개하여야 한다.

이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글이 세계의 언어로 새롭게 굳건히 퍼져나가고 자리잡게 하자. 국수의의가 아닌 홍익인간의 이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