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위원회
훈민정음출판추진위원회
한국인의 자긍심, 훈민정음
김동근(경인종합일보 논설위원)
세계화를 이야기 할 때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단골로 등장을 한다. 거기에는 독창성, 희귀성, 고유성에 보편적인 가치가 내재된 것이어야 한다. 한국적인 것으로는 ‘태권도, 김치, 한복, 팔만대장경, 아리랑, 드라마와 영화, K-PoP’ 등 다양하게 등장을 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요, 한류의 세계화에 근본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는 한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한글 보다는 오히려 외국어에 더 관심이 많고, 훈민정음에 대한 이해에도 아쉬움이 많은 편이다.
세계적 언어학자들은 훈민정음이 가장 배우기 쉽고 과학적이어서 세계 문자 중 으뜸이라고 말하고, ‘신비한 문자’, ‘알파벳의 꿈’이라고도 표현한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누구나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의 문맹률이 가능한 것은 높은 교육열도 있지만, 한글이 배우기가 쉽다는 것도 그 이유이다. 글을 모르고는 지식을 습득할 수 없고,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활의 향상, 문화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우리가 오늘날 여러 분야의 학문적 발전을 이루고 경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이르러 국제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훈민정음이라는 글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는 학문의 기본이고, 배움과 지식은 사회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훈민정음은 1443년(세종 25년)에 창제를 하였고, 1446년에 반포를 하였다. 한글은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들 중에서 창제자와 창제년도가 명확히 밝혀진 몇 안 되는 문자이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의미로 그 창제 정신이 ’자주, 애민, 실용‘ 있다는 점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러한 창제 정신과 제자(制字) 원리의 독창성과 과학성에 있어서도 뛰어나다.
한글은 소리를 내는 원리와 자연의 형태를 이용해서 기본 글자를 만들었으며, 발음기관의 모양까지 반영한 음성 공학적 문자여서 세계의 언어를 다 표현해 낸다. 훈민정음의 기본 자음은 소리를 낼 때의 입안의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고, ‘닿소리’라고도 한다. 기본 모음은 하늘, 땅, 사람을 뜻하는 <․ㅡㅣ>에서 따왔고, 발음기관에 닿지 않고 홀로 나는 소리라 해서 모음을 ‘홀소리’라고도 부른다.
지금의 한글은 그 만듦의 우수성에 힘입어 정보화 시대에 일등 주자로 달리고 있다. 컴퓨터 자판도 으뜸이고, 휴대전화기 자판도 12개로 해결한다. 입력 속도가 일곱 배 정도 빠르다는 얘기이다. 정보통신(IT)시대에 속도는 큰 경쟁력이다. 한국인의 부지런하고 급한 성격과 강한 승부 근성, 한글이 ‘디지털 문자’로서 세계 정상의 경쟁력이 있는 덕분에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 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글은 이미 세계 언어학자들의 학술대회, 그리고 글자를 평가하는 문자 올림픽에서의 일등문자로 평가를 받았다. 한글 자모 24개를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글자 수는 무려 1,172개나 되며, 그 중 우리가 사용하는 글자 수는 8,800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세계 7,000여개의 언어를 가장 원음에 가깝게 적을 수 있는 글자는 한글 밖에 없다. 이에 따른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 등에 한글 보급으로 지구촌의 문맹퇴치의 역할을 도맡아 하게 되는 기운이 일고 있다.
언어는 문화를 타고 스며드는 특성이 있어 한류 열풍을 타고 각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식을 줄 모르게 타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어를 제2 국어로 삼는 나라가 늘고 있으며, 조만간에 UN에서 한국어가 공용어가 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미국에 일부 주정부에서는 이미 한국어를 공용으로 쓰고 있거나 한국어를 공용어로 채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화는 지구라는 공동체를 하나의 문화세계로 조성하고자 하는 노력이요, 과정이며, 지구촌, 인류, 공동번영, 평화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다. 이를 실현하는 매개로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언어이다. 2002년 월드컵이 개최되었을 때 휴대폰을 통한 통역봉사를 하는 BBB(Before Babel Brigade)라는 봉사단이 창단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는 군단’이라는 뜻의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자는 취지의 봉사활동이다. 한 때 남미에서 생활을 하였던 경험으로 스페인어 봉사로 참가를 한 적이 있다.
모든 인류가 추구하는 이상세계는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인류는 한 형제, 지구촌 대가족 사회가 실현되는 것이다. 지구촌의 공용 언어로는 한글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이제는 그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조금 씩 느끼고 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