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위원회
훈민정음출판추진위원회
금속활자로 찍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출현을 기대한다.
김종춘(다보성고미술 대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증도가자」 소장자)
최근 한류 문화에 대해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훈민정음에 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물려준 가장 소중한 민족유산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소중한 유산을 매일 접하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6월 2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 표기가 반영된 가장 이른 시기인 조선 전기에 제작된 훈민정음 금속활자 1600여 점이 발견되었듯이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인이 인정하는 금속활자 강국입니다.
우리는 직지심체요절을 현재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직지심체요절이 2001년 9월 4일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되었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직지심체요절을 찍은 금속활자보다 138년 이상 앞선 금속활자가 현존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국가의 무관심으로 아직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금속활자는 다름 아닌 「증도가자(證道歌字)」입니다. 즉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찍어낼 때 사용한 금속활자를 말합니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의 금속활자본은 현존하지 않으며 1239년(고종 26년)에 제작된 목판본을 삼성출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데 1984년 5월 30일 보물 제758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바로 이 목판본에 기록되어 있기를 ‘금속활자본이 있었으나 전하지 않아 목판으로 복각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금속활자 「증도가자」는 필자가 대표로 있는 <다보성고미술>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2010년에 남권희 경북대학교 교수를 통해서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증도가자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을 해서 문화재청 산하의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연구 용역을 통해 다보성고미술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자 101점과 함께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7점을 비롯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점 등 고려의 유물로 추정해왔던 금속활자 109점에 대한 검증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용역 연구팀은 109점의 활자들이 모두 고려 활자일 가능성이 크고, 그중에서 다보성고미술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자가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이상 앞선 금속활자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금속활자로 출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뿐만 아니라 그보다 138년 이상 앞선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인 증도가자를 현재 소장하고 있는 금속활자 강국이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미루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처럼 세계가 인정한 最古의 금속활자 강국에서 이상하게도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의 원리를 기록해 놓은 『훈민정음 해례본』이 목판본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왕의 창작물인 훈민정음이라는 위대한 문자를 풀이한 서적은 금속활자로 출판하였을 것임은 앞서 인용한 대로 훈민정음 금속활자 1600여 점으로 출판하였으리라는 것은 활자에 대한 문외한 일지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종대왕의 지혜와 숨결이 깃들어 있는 훈민정음을 사용하다 보면 가끔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있습니다. 28자로 이루어진 자모음으로 세상의 어떠한 소리도 적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면 신비함마저 느껴집니다. 이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민족의 영원한 문화유산의 원형을 찾아내어 잘 보존하고 가꾸어서 우리의 조상들이 그랬듯이 우리의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