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위원회
훈민정음출판추진위원회
훈민정음과 우주
이태규(스타스페이스월드 대표이사)
‘훈민정음은 우주철학을 담고 있는 전 세계 유일한 문자이다.’
2009년 세종학 국제학술회의에서 이어령 장관이 한 말이다.
세종대왕이 동양의 우주관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원리에 입각해 훈민정음을 만들었고, 이 때문에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 나절이 되기 전에 그 원리를 깨닫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는 게 한글이라는 얘기였다. 디지털시대 들어 그 경쟁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한글은 장차 세계 어느 문자보다도 사랑받을 것이라고 고(故) 이어령 장관은 예견 했다.
훈민정음이 담고 있는 우주철학은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制字解), 즉 글자 지은 뜻풀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첫 문장이 “하늘과 땅의 이치는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일 뿐[天地之道 一陰陽五行而已]”이라고 되어 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이 문장, 즉 훈민정음이 한자보다 더 뛰어난 문자 체계라는 세종의 논리를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 박현모 교수의 책을 인용해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박현모 지음, <세종학개론> 2019, 문우사).
첫째, 여기의 첫 문장은 우주를 관통하는 유일한 원리는 음양오행으로서,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존재치고 이 원리를 벗어난 것은 없다는 주장이다. “하늘과 땅의 이치는 하나의 음양과 오행일 뿐”이라는, 당시 사람들 누구나 당연시하는 대(大)전제를 끌어들여 논리 전개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다.
둘째, “무릇 생명을 지닌 무리로서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자 음양을 두고 어디로 가랴[凡有生類在天地之間者 捨陰陽而何之]”라는 문장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의 목소리 역시 음양오행의 원리를 담고 있다는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정인지 등 이 책의 저자들은, 하늘과 땅의 원리가 되는 태극과 음양을 설명한 다음,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음양을 벗어나 존재할 수 없다는 논리로 나아갔다. 이 논리의 귀결로 생명 있는 무리 중 하나인 사람,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 역시 음양의 이치를 담을 수밖에 없다[故人之聲音 皆有陰陽之理]고 주장한다. 여기까지 오면 그 다음 부터는 논리적으로 어렵지 않게 이어진다.
셋째, 훈민정음은 인간의 목소리 나는 곳, 즉 음성구조를 본 따서 만들었으니, 우주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치, 즉 음양오행의 이치에 부합 된다는 논법이다. 훈민정음이 천지 음양의 이치를 담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며[因其聲音而極其理], 따라서 하늘과 땅과 귀신들도 다 함께 호응할 정도로 훈민정음의 작용은 자연스럽고, 한문을 비롯해 어떤 문자체계보다 우수하다는 주장이다.
철학적 논변이라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겠으나, 세종의 삼단논법은 분명하다. 누구나 받아들일 만한 보편 명제를 제시한 다음, 거기서 파생된 자연스런 연결고리를 끌어내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장을 도출해내는 논법이다.
이 삼단논법에 의해서 비로소 당시 유교 지식인들이 ‘아, 훈민정음이라는 문자체계가 오랑캐들이나 사용하는 조잡한 문자가 아니라, 유교 철학의 핵심에 입각해서 만들어진 고도의 문자 체계구나’라고 인정했을 것이다. 국왕이라는 지위나 권위를 이용해서 내리는 명령이 아니라, 논리와 이성에 의거해 듣는 사람을 설득했음을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2009년 국제학술회의에서의 이어령 장관과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 박헌모 교수의 세종학개론에서 보듯이 이런 우주 철학을 담고 있는 세종대왕 훈민정음의 여주에 우주정거장 미르호가 자리 한다는 것 또한 우주의 창조 섭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주에 첫발을 디딘 민족은 과연 어느 민족일까? 그 역사적인 뿌리와 자부심 처럼 개천절이 있고, 훈민정음의 창조의 섭리가 있는 세종의 한국이 아닐까? 훈민정음과 우주의 창조의 섭리 대로, ST 우주테크 시대를 여는 세기의 명소가 훈민정음의 여주에 열리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