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위원회
훈민정음출판추진위원회
훈민정음은 어디에서나 통하는 세계인의 문자다.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법학박사
변호사
훈민정음은 한자 같은 상형문자나 표의문자 또는 알파벳과 같은 오랜 변천을 통하여 발전한 독특한 형태의 자형을 갖추게 된 표음문자와 달리 한국인의 역사적 연관성을 초월하여 순수한 음운학에 기초한 과학적인 체계로 창제된 자질문자입니다.
훈민정음 서문에서 설명된 바와 같이 '어디에서도 통하며 바람소리, 닭소리, 개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 있'는 세계성, 보편성이 내재되어 있는 문자입니다. 따라서 훈민정음의 창제원리에 따르면 모든 소리의 음가를 다 표기할 수 있어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언어라도 한글로 다 쓸 수 있고, 심지어 동물의 울음소리 노랫소리도 다 받아쓸 수 있으며 물소리 천둥소리까지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또한 훈민정음 창제의 정신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음을 안타깝게 여긴 데서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하게 하고자’ 창제된 것으로서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되는 쉽게 익혀 쓸 수 있는 문자입니다.
이러한 애민, 실용 정신을 넓게 펼쳐서 훈민정음을 이 나라 백성을 위한 문자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필요가 있는 모든 백성 온 인류를 위하여서도 훈민정음(한글)은 활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요컨대 훈민정음(한글)을 우리 한국어만을 위한 문자로 국한 시키는 것은 인류의 소중한 보배를 우리만 향유하겠다는 소아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마땅히 훈민정음(한글)을 활용하려는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나 이를 개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합니다. 실제로 훈민정음 외에는 모든 언어의 음가를 자유롭고 쉽게 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말을 한자는 물론 영어나 불어 표기법으로 써야 한다면 얼마나 불편하고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고통스러운 작업일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모국어를 버리고 영어나 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가 얼마나 많습니까. 언어가 사라지면 그 문화도 사라지는 것이기에 언어를 바꿀 것이 아니라 훈민정음(한글)을 사용하여 자신의 글자를 가지지 않았거나 현재 쓰고 있는 문자가 지나치게 어렵거나 부정확한 모든 나라 백성으로 하여금 훈민정음(한글)로 자신의 언어를 표기하도록 권장하여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하여서는 현재의 한글 자모음 24자가 아니라 창제 당시의 음운학적으로 필요에 의하여 제작한 본래의 ㅿ(반시옷), ㆁ(옛이응), ㆆ(여린히읗), ㆍ(아래아)를 포함한 28자를 복원하여 훈민정음의 무한한 표현 가능성을 되살려서 현재 한글로써는 표기할 수 없는 음가까지도 표기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특히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순경음인 ㅸ(v 발음), ㆄ(f 발음)과 ㆀ, ᄙ 같은 겹낱자를 복원, 활용하면, 세상의 거의 모든 발음과 소리를 음가대로 표기할 수 있을 것이니 이와 같은 글자를 되살려야 함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아가 한글을 현대 한국인이 사용하는 한국어의 음가만을 표기하는 문자로서가 아니라 세계 언어에서 사용하는 음가를 모두 표기할 수 있도록, 그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필요한 글자를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에 맞도록 개발해 나감으로써 모든 음가를 정확히 표기하는 문자로서의 위상을 유지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훈민정음기념사업회와 한글학회를 비롯한 민관기구를 정비하여 충분하고도 지속적인 연구와 글자 확정의 절차를 마련하여 공식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훈민정음(한글)과 같은 우수한 과학적인 문자를 필요로 하는 전 세계의 나라와 민족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공동연구를 통하여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마련하면서 이를 확대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세종학당을 통하여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어찌 훈민정음(한글)과 같이 훌륭한 문자를 한국이라는 국경의 테두리 안에 묶어 놓을 수 있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