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위원회
훈민정음출판추진위원회
‘마음을 나누는 소통과 공감의 언어, 한글
제21대 국회의원(국민의힘)
서정숙
대한민국은 6.25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산업화에 성공하였으며, 민주화를 거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였다.
이러한 성장과 성공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이제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 도약함으로써, 선진화된 대한민국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문화강국 대한민국’은 대장금, 겨울연가로 대표되는 한류 1.0, 싸이, BTS가 이끄는 한류 2.0에 이어서, 전통 한류가 선도하는 한류 3.0의 시대를 통해 달성될 수 있는데, 그 중심에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훈민정음’‘한글’이 있다.
한글은 모든 사람이 불편함 없이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을 정도로, 지구상에 현존하는 언어와 문자 중 과학성, 독창성, 합리성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고 평가받고 있다.
1989년에는 유네스코에서 문맹 퇴치에 이바지한 기관이나 개인에게 주는 공로상의 이름을 ‘세종대왕상’이라고 정하였고, 1990년대 영국 옥스퍼드대가 세계 30여 개 주요 문자의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을 평가해 순위를 매겼더니 한글이 1위였다고 한다.
2009년에는 이기남 훈민정음학회 이사장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훈민정음’을 부족 문자로 채택하여 자신들의 언어를 문자로 표기할 수 있게 되었는데, ‘훈민정음’은 문자가 없는 세계 소수민족이 그들의 말과 문화를 지켜나가는 희망이 되고 있다.
특히, 이기남 이사장님이 보급한 한글은 오늘날의 한글이 아니라 훈민정음이었다. 현재 우리가 쓰는 한글은 외국어를 표기하거나 발음하는데 제한이 있지만, 훈민정음은 아무리 까다롭고 복잡한 외국어 표기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자가 남성들의 언어였다면, 훈민정음은 여성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고단한 삶의 진솔한 모습을 글로 표현하는 소통과 공감의 매개체였다.
이배용 한국의 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님은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위대성에 주목해야 함을 설파하셨으며, 우리 글을 통해 드러난 여성들의 애절한 사연들을 소개한 바 있다. 여성들이 마음을 다해 훈민정음으로 쓴 글은 마음을 나누는 소통과 공감의 언어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최초의 한글 요리서인 안동 장씨 정부인의 ‘음식디미방’에는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양반가의 큰 살림을 책임져야 했던 여성의 고단했던 삶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718년 유명천의 부인 한산이씨가 60세에 쓴 고행록에는 열여덟 살 어린 나이에 스물여섯 살 많은 유명천과 결혼하여 유배 생활을 의연하게 이겨내며 가문을 지켜낸 조선 여인의 강인한 면모가 서술되어 있다.
16세기 학봉 김성일이 경상도 진주 임지로 내려가던 중에 아내인 안동 권씨에게 보낸 편지에는 “살아서 서로 다시 보면 끝이 날까마는 기약하지 못하겠네…….”라며 아내에 대해 애틋함을 전하고 있다.
16세기 중반, 어머니 신천 강씨가 딸 순천 김씨에게 보낸 편지에는 시집간 딸을 그리워하는 모정과 함께 남편의 축첩에 속상해하는 마음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1586년 남편 이응태(31세)를 잃은 아내(원이 엄마)가 애끊는 슬픔을 한 장의 종이에 써서 남편의 관 속에 넣은 편지는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둘이 한자리에 누워서 늘 제가 당신에게 이르기를, 이보소! 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남도 우리 같을까요? 라고 하며 당신에게 속삭이곤 하였지요…….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일러주십시오. 꿈속에서 이 편지를 보신 당신의 말을 자세히 듣고자 이렇게 써서 관 속에 넣습니다……. 이하 중략”)
실제 편지 원본에는 눈물이 떨어져 얼룩진 흔적이 보이고 황망함에 몇 번이고 고쳐 쓴 흔적이 뚜렷해, 남편의 죽음이 얼마나 애통한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썼을 모습이 선하다.
이렇게 훈민정음으로 쓴 마음의 편지는 남편과 아내, 어머니와 아들 딸 사이에 오고 간 가족을 이어주는 소통과 공감의 의사소통 매체였으며, 어떤 면에서는 한글은 남성과 여성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양성평등의 도구가 되어 주었다.
훈민정음은 일상적인 안부와 사랑을 전하는 편지에서 나아가 음식, 의복, 제사의 기록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영역으로 확대되었으며, 여성들의 뜻을 간곡하게 또는 주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여성들의 주체적이고 다양한 삶의 기록들을 담아내는 소통과 공감의 언어였던 훈민정음은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열어나가는 대표 브랜드로서 더욱 보존, 발전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