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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의 가치, 청주에서 빛을 발하다(청주시의회 의장)

김병국 | 조회 467

 

훈민정음의 가치, 청주에서 빛을 발하다

 

김병국(청주시의회 의장)

 

1. 훈민정음, 정보의 공유와 지식의 확산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 당시 최고의 집현전 학사였던 부제학(집현전 책임자) 최만리 등은 훈민정음 창제를 극력 반대했다. “오직 몽골, 여진, 일본 등 오랑캐들만이 제 글자를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언문(諺文)을 만들어 중국을 버리고 오랑캐와 같아진다면 소합(蘇合, 인도의 향료)을 버리고 쇠똥구리 환약을 취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과의 우호 관계와 유교적 가치의 정통성을 논리로 내세운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문자를 통한 지식의 확산과 정보의 공유를 두려워하는 기득권층의 불편함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 조선 사회에서 한문과 유교적 지식은 절대적 정보이자 권력이었고, 훈민정음의 창제는 대중과의 정보공유를 내딛기 시작하는 첫걸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의 목적은 분명했다. 사대주의 유교 문화권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음성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로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을 담아내고 민족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지키고자 했다. 아울러 소수에게만 집중된 지식정보의 지형도를 바꾸고 일반 백성과의 소통을 통해 더 살기 좋은 조선을 이루고자 했다.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시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의 판도라 상자를 열면서 정보는 공유되고 확산하며 오늘의 민주주의 사회의 첫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 태동의 중심엔 청주가 있었다.

 

2. 초정리에서 세종을 만나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는 세계 3대 광천수로 알려진 초정약수와 세종대왕의 행궁 치료 이야기로 가득하다.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조선 시대, 모든 신하의 반대에 무릅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하고자 했던 세종은 훈민정음 반포(1446)2년 앞두고 방대한 독서 탓에 눈병에 시달렸다. 세종실록등에는 그가 눈이 아파 책을 읽기도 어렵고, 한 걸음 앞에 있는 사람도 구분하기 어렵다는 대목이 여럿 나온다. 결국, 세종은 신하들의 제안으로 1444년 청주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 행궁을 차리고 121일 동안 머물며 약수로 눈병을 치료했는데, 이곳 초정에서 세종이 한글 창제의 과업을 마무리했을 것이라는 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일각에서는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고의 샘이 초정리의 약수(우물)인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세종은 초정에서 한글 창제 과업 마무리를 마무리하고 주민들에게 양로연을 베풀고, 청주향교에는 책을 하사하였으며 봄 가뭄이 심해지자 백성들을 구휼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최초의 국민투표를 통해 조세법을 개정하기로 하고 인근 청안현(지금의 증평군과 괴산군 청안면)에서 시범으로 시행하기도 했다. 초정리는 백성을 사랑한 세종의 꿈이 깃든 곳이었고, 청주시는 세종의 애민정신과 훈민정음이 지향한 정보기록문화 가치를 바탕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정보기록문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3. 정보기록문화의 가치, 청주에 깃들다.

1991, 청주시의회는 청주의 정보기록문화 정체성과 역사성을 이어 담은 청주시 행정정보공개조례를 발의하며 시민의 알 권리 신장을 통한 민주주의를 대한민국에 제시했다. 이 조례는 국민이 요구하는 시정에 관한 행정정보의 공개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전국 최초의 법령으로서 행정편의주의로 이뤄져 오던 행정환경을 개선하고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추구하고자 하는 청주시의회의 변혁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긴 군사정권의 잔재가 남아있던 당시만 해도 행정정보는 특권층만 가지고 있었고, 이는 다시 큰 권력이었다. 상위법이 없다는 명분 아래 재의결을 요구하는 중앙부처와의 갈등과 압력, 주위의 반대와 우려 속에서 대법원 제소에 이르는 초유의 사태도 일어났다. 위기를 돌파하며 제정된 행정정보공개의 물결은 타 지방자치단체의 정보공개조례 제정 확산뿐만 아니라 1996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정보공개법의 초석이 되었다. 주민의 정보 접근권과 알 권리 보장이라는 행정서비스의 가치를 일궈낸 청주시의회의 조례 제정은 세종이 기득권에 맞서가며 정보 확산과 소통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한 애민정신과 그 결을 함께 하고 있다.

 

4. 훈민정음과 함께 청주를 꿈꾸다.

 

청주시 초정리에는 지금 새로운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다. 화재로 소실되었던 세종의 행궁을 재현한 초정 행궁에는 세종과 초정약수, 훈민정음을 기억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문화행사와 다양한 체험 등이 끊이지 않는다. 행궁 옆에 조성 중인 치유마을에는 세종의 치료 이야기를 담아낸 광천수 활용 치유시설과 명상 힐링센터 등의 치료 힐링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초정 일대에 걸쳐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를 기념하고 세종 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세계문자공원 조성 및 훈민정음 탑 건립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초정리에 깃든 세종과 훈민정음의 꿈, 애민정신을 계승한 전국 최초의 행정정보공개조례 제정, 세계문자공원과 훈민정음 탑 건립으로 이어질 세계 정보기록문화의 중심, 청주의 내일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