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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한말글 가꿈이의 꿈(한국창조예술문화총연합회 용인시낭송협회 회장)

채선정 | 조회 486

 

훈민정음, 한말글 가꿈이의 꿈

 

채선정(한국창조예술문화총연합회 용인시낭송협회 회장)

 

우리 사회 속에는 외래어와 비속어들이 범람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영어를 알면서도 불어로 이야기한다는 말은 과장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소수의 프랑스인으로 안다. 자국어 프랑스어를 많이 사랑한다는 비유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어는 우리말로 순화하고 우리말도 더 아름답게 꾸며야 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세계 최고의 문자를 창제한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을 아끼고 가꾸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설날이었다. 추위가 매서운 시기였지만 모처럼 햇살이 고와 우리동네 탄천 세느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천변에는 얼음이 땅을 붙들고 있었고, 북쪽 천변을 따라 자전거와 보도가 같이하는 하단길이 있고, 상단길에는 을씨년스런 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중간 산책길을 따라 햇살을 등에 지고 걷고 있었다. 메마른 풀잎 사이로 진녹색의 이파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릎을 굽히고 앉아 살펴보니 녹색의 이파리 속에 하늘빛을 닮은 꽃잎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나는 사진을 찍고 검색을 해보니, <개불알꽃>이라고 한다. 그 열매가 개불알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뭔가 다시 발음하고 싶지 않은 단어다. 이름은 아름답지 못하지만, 추위를 뚫고 피어나는 그 용기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의지의 한국인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꽃에 빠져 자주 이 산책길을 걸으며 이 꽃이 하나씩 피어나는 것을 가을이 될 때까지 살펴보는 것이 나의 중요 관심사가 된 적이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꽃은 <봄까치꽃>으로 불리게 된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봄까치꽃으로 널리 알려진 꽃이 되었다. 까치 까치설날이 있듯이 이 꽃은 설날 전에 꽃을 피운다고 이름을 지은 것 같다. 추운 겨울에는 땅에 납작 엎드려 마른 풀잎 속에 살며 얘기 손톱만 한 꽃을 피우지만, 여름이 되면 목을 쭉 내밀고 길게는 20이상 자란다. 환경에 따라 자신의 키를 조절하는 꽃이다. 똑같은 꽃인데, 그 이름에 따라 느끼는 꽃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나오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에서 잎새는 사투리였다. 양주동 박사도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로 번역하였고 이제는 잎새도 표준어가 되었다. 꽃 이름이나 시어 詩語로 사랑하다 보면 우리의 표준어가 되었듯이 아름답고 좋은 단어는 사랑하고 자주 갈고 닦아야 한다. 작가뿐만 아니라 우리가 새로운 말을 발굴해 내고 갈고 닦는 일은 한글을 쓰는 우리의 몫이다. 우리말 가꿈이 활동이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말이나 글은 쓰지 않으면 쉽게 녹슬고 사라진다.

 

꽃으로 시작하는 말이라고 모두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꽃다지는 사전을 펼쳐보니, 오이, 가지, 참외, 호박 따위에서 맨 처음 열린 열매라는 뜻이라고 한다. ‘꽃살림, ’남자가 조강지처를 두고 다른 곳에 첩 살림을 차리는 옛 우리말이라고 한다. 남성우위 시대의 말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젊은 부부가 신접살림을 꽃과 같이 산다고

꽃살림이라고 하는 기사를 보았다.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나눔꽃은 재활용 가게의 이름이다. 이런 아름다운 말들이 모이면 한말글이 더욱 아름다운 꽃동산이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 글 훈민정음은 이미 세계가 인정한 최고의 문자다. 훈민정음(해례본)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199710월 등재되었다. 1997년부터 2년마다 세계적 가치가 있는 기록유산을 선정하는 사업에 첫 대상으로 훈민정음이 선정, 등재된 것은 우리의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과 이 문자의 음가 및 운용법, 그리고 이들에 대한 해설과 용례를 붙인 책이다. 이는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갈고 닦고 보존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우리 한말글을 갈고 닦아서 우리 민족은 물론 글이 없는 소수민족의 소리를 담을 수 있다면 다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