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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한글날에 부쳐(강동구 마을교사)

조정숙 | 조회 470

 

훈민정음, 한글날에 부쳐

 

조정숙(강동구 마을교사)

 

자랑스러운 훈민정음에 우주만물이 들어있다.

훈민정음은 과학적으로 만들었으며, 우수하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훈민정음은 조선 시대, 1443년 조선의 4대 왕 세종이 창제한 우리나라 글자로, 자음 17, 모음 11자로, 모두 28자로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24자만 쓰고 있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는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꼽힌다.

우리 조상들은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기 전, 한자의 소리와 뜻을 빌려 우리말로 적었는데 서민들은 글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불편함이 많았다.

훈민정음은 전권 331책으로 되어 있다. 19621220일 국보 제70호로 지정되고, 1997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되었으니 참으로 자랑스럽다.

 

몇 년 전, 지하철 타고 오다가 본의 아니게 어르신들이 자랑삼아 하는 말씀을 듣게 되었다. 며느리가 임신 했는데 영어유치원 등록했다고, 그것도 대기자가 많아서 오래 기다리고 어렵게 등록했다며 운이 좋았다고 했다.

태아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등록하는 사람들은 분명 대한민국 사람들이다.

어쩌다 조기 영어 교육 바람이 불어 너도나도 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교육비를 내면서 아이들을 혹사 시키고 있다. 말도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기 영어 교육은 무엇보다 한글을 먼저 알고 영어공부를 해야 좋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에 영어체험마을은 있는데, 훈민정음체험 마을은 없다. 훈민정음체험마을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훈민정음을 접하고 전통놀이를 하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꾸었다. 동사무소에 동장이 있으면 동주민센터에는 센터장이 바람직할 텐데 여전히 직책은 동장이다. 그 꼴은 마치 갓 쓰고 양복 입은 것처럼 우스꽝스럽다.

아파트 이름은 또 어떤가. 무슨 파크가 그렇게도 많은지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구색이 맞아야 한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아파트 이름을 영어로 길게 하면 시어머니들이 찾기 어려워서 못 오게 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슬프게 들리던지.

우리 동네에 즈믄 이파트가 있다. 정겨워서 근처를 지날 때마다 한 번씩 더 바라보게 된다. 기관만이라도 훈민정음으로 이름을 붙이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말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페이스 실드(얼굴 가림막),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없애기), 언택트 서비스(비대면 서비스), 뉴 노멀(새 일상) .

누구나 알기 쉬운 훈민정음을 두고 왜 어려운 영어를 써서 불편하게 하는지, 거리 간판은 또 왜 그렇게 영어 간판이 많은지 이해가 안 된다. 영어로 말하면 유식해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뜻도 모르면서 발음도 제대로 안 되는 영어로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을 만나면 슬그머니 피하고 싶다.

 

며칠 전에 유튜브 영상을 보고 감동 받았다. 미국의 평범한 고등학교 역사수업 시간에 진지하게 시조를 배우는 학생들, 외국에서는 학생들에게 한글로 된 시조를 번역해서 가르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중학교 교과서에 있는 시조도 줄이고 있는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 외웠던 시조는 지금도 생각난다. 어릴 때 외운 것은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기억이 나서 좋다. 지금부터라도 시조 보급운동을 해서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시조를 읽으면 좋겠다. 교과서에 나오는 시조를 줄이자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듣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글을 쓴다.

 

한글날에 부쳐 훈민정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요즘 디카시를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글로 쓰는 디카시 공모전도 많이 생기는 것을 보면 훈민정음의 미래가 밝아서 좋다. 외국인이 디카시 공모전에서 상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교육은 반대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아이들과 세종대왕과 훈민정음에 관한 책을 읽고 수업을 했다.

훈민정음이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 질문했더니, 아이들이 모두 입을 모아 한자로 공부하면 너무 어려웠을 거라고 말하는 아이들 표정이 매우 밝았다.

영어유치원에 가면 구석에서 혼자 노는 아이가 다른 장소에서는 친구들을 만나면 대장 노릇을 한다. 그 아이에게 유치원에서 왜 혼자 노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영어로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을 못해서 혼자 놀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영어유치원에 가기 싫은데 엄마가 자꾸 가라고 해서 할 수 없이 간다고 말하는 아이의 표정이 슬퍼보였다.

엄마들은 자기합리화를 잘 시킨다. 모두 너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그런데 아이는 보이지 않는 미래보다 지금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싶은 것을 수많은 엄마들은 왜 모르지? 어릴 때부터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아이들이 진로는 제대로 선택할 수 있을까? 부모라면 아이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면 좋을 텐데.

그 아이가 자라서 영어만 잘 한다고 과연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요즘 아이들에게 해 주는 말이다.

무슨 일이든지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하라고. 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면 열심히 노력하게 되고, 가장 잘 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훈민정음이 참 좋다.

우주만물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