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통일을 품다(전 과학기술부 이사관)
송봉현 | 조회 490
훈민정음 통일을 품다
송 봉 현(전 과학기술부 이사관)
인류가 문자를 발명한 것은 5천 년 전쯤이다. 우리말이 중국과 다른데 어려운 한자의 사용으로 일반백성 대부분은 문맹이었고 불편했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창제는 문자의 혁명이며 중국 측에서 보면 문자의 반란이었다. 최만리 등이 훈민정음창제를 반대 한 것도 중국 거스름에 대한 반발로 보여 진다. 훈민정음 28자는 한글로 진화 해 자리잡아갔다.
일본강점기 한글(이후 한글=훈민정음) 말살정책은 우리나라 지우기였다. 유대민족이 박해 받아 세계에 흩어져 떠돌면서 구약과 신약에 담긴 언어를 지켜 2000년 후 나라를 세운 것은 문자와 국가의 연계성을 입증한다.
오늘날 훈민정음에 뿌리 한 한글은 컴퓨터 발명과 어깨동무한 전자정보처리에 자음과 모음을 결합한 논리 정연한 으뜸 글자로 평가 받고 있다.
현대 우리문학의 석학 이어령 교수는 컴퓨터 출현으로 한글의 전자정보처리과정을 보며 모음과 자음의 과학성에 기회 있을 때마다 찬탄 했었다.
영국의 언어학자 존 맨도 “한글이야 말로 모든 언어가 꿈꾸는 알파벳”이라 했다. 독일 본대학 명예교수 한글연구가 알브레히트 후베는 “한글은 묶여 있는 영웅”이라며 묶인 끈을 풀고 더 높이 날아오를 것이라고 예견한다.
소리글인 한글은 세계 언어 중 가장 많은 발음을 할 수 있는 문자로 정착했다.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에 소리 내는 목의 구조와 입술 혀 움직임을 관찰하여 자음 열여덟(18)자를 창제했다. 모음 열자(10)는 ·(하늘) -(땅) l(사람) 셋으로 우주를 담아낸 것이다. 하늘 땅 사람 셋을 펼쳐 모음 열자로 하고 앞뒤로 자음을 결합하여 다양한 소리와 뜻을 나타낸다.
소리 나는 구강의 구조와 우주를 아울러 28자(현재 24자)의 한글발명은 세종의 문화정책이 피워낸 세계문자학 적 위대한 업적이고 우리민족의 창의성을 드러낸 아름다운 꽃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아갔었다. 전시된 훈민정음해례본을 설명한 해설사의 눈은 빛나고 목소리는 탱탱하여 눈과 귀를 쏠리게 했다. 우리가 접해 온 일반 책에서는 보지 못한 선비와 부녀들의 다양한 한글문장들을 전시한 고귀한 장소다.
감탄과 감격에 젖어 구십여 분간의 견학을 마치고 나온 동료들은 “우리들의 보배요 자랑인 한글을 너무 무관심으로 대하며 살았다.”는데 공감했다.
국제 Pen은 영국런던에 본부를 두고 153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제Pen한국본부는 우리나라 여러 문학단체 중 전국적인 회원을 아우르는 첫 번째 문학단체로 출발했다. 한국본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세계한글작가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외 동포 작가 200-300명 정도씩 참여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동포 작가는 15-17개국에서 참석하여 발표하고 토론한다. 한글과 한국문학을 탐구하는 독일인 일본인도 주제발표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노벨문학상 후보자 추천은 국제Pen한국본부가 맡아 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 수많은 작가와 문학교수 등 발표를 통해 한글문학이 조명되고 있다. 한글찬양 일색의 대회에서 독일인 주제발표자 알브레히트 후베는 한글창제과정에서부터 →16세기 초 훈몽자회→1933년 현재의 자음 모음 순서 확립과정을 탐구한 과정을 발표했다. 일제강점기 우리말 찾기 한글연구회 등은 독립운동과 대등한 반열이었다.
그는 먼저 세계문자 중 가장 뛰어난 문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뜻밖의 단점 지적에 정신이 번쩍했다. ‘영어 알파벳 컴퓨터자판은 33개, 한글은 67개,’ 그래서 대용량 컴퓨터전산처리에서 한글이 영어알파벳보다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ㄲ등 자음의 겹침 ㅒ등 모음의 변화 등까지 들여다보니 바른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가장 많은 발음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앞으로 더 많은 아름다운 어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잠재성에 대한 높은 평가를 곁들었다. 외국인으로서 한국학자 이상으로 한글을 탐구하여 몇 번 째 초대했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내용을 발표해 왔다.
필자는 세계한글작가대회에 북한작가를 초청하자는 제언을 한 바 있다. 북한은 6.25 전쟁 때 최현배 말본을 가져갔다. 비행기→날틀(최현배) 식 우리말을 창안해 사용하는 북한이다. 코너 킥( 모서리 차기) 등 수많은 순수 한글용어를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의 간판에서 시작된 외래어가 방송 등 언론까지 확산 되어가고 있는 한국과 대비하면 훈민정음창제에 바탕 한 한글과 말의 진화만큼은 북한이 앞서가고 있다.
‘한글전용’은 한자배제 차원에서 선포 되어 문맹률을 80%에서 1%로 낮춰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일반백성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의 난무현상은 울적케 한다. 이는 훈민정음창제의 정신을 심히 훼손함이다. 제2의 국어 정화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다.
그런 측면에서 순수한글 용어를 창안하며 사용하는 북한작가들을 세계한글작가대회 초청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주최 측과 참여자들도 공감했지만 남북대결 장벽에 막혀 사그라진 불꽃으로 아쉽다.
유대인들이 까마득한 세월 떠돌다 세계2차 대전 뒤 자신들이 사용해온 고유 언어를 품고 와 이슬람진영 한 가운데에 나라를 세웠다. 600여만 명으로 출발 한 작은 나라지만 에워싼 아랍 적국들과 대결하며 첨단무기로 나라를 지켜 확장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마무리단계에서 미 소(러)강대국이 38선을 그어 조국이 분단됐다. 그로부터 풍토병 아닌 유럽에서 날아 든 좌. 우 이념바이러스로 70년 이상 상처와 분열 갈등을 겪는 비통한 상황이다.
희망적인 것은 남북이 훈민정음이 뿌리인 ‘한글’을 모국어로 구사하며 말과 문화의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는 공통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편타당한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로 통합은 이루어 질 것이다.
훈민정음이 통일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