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일깨우는 훈민정음(전 (사)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김락기 | 조회 508
시조로 일깨우는 훈민정음
김락기(전 (사)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이 글 제목에는 거꾸로 ‘훈민정음으로 배우는 시조’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훈민정음은 보통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고 축자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가르친다’는 의미는 ‘깨우치다, 일깨우다’라는 보다 적극적 교훈성이 들어있다. 이 말은 2022년 9월 25일 훈민정음기념사업회 박재성 이사장과의 대화에서 오간 말이다. 즉, 시조로 일깨우는 훈민정음이 되려면 먼저 훈민정음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시조 작법을 배워 지을 때에 가능한 일이다.
‘시조’(時調)는 우리나라 근 8백 년 전통의 정형시다. 오늘날까지 연면히 살아남아 겨레의 종조 시가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근년의 실상은 참 아쉽다. 일례로 지난 60,70년대만 해도 중·고 교과서에 시조 분야가 별도 단원을 이루고 있었으나, 지금은 별도 단원은커녕 자유시 속에 몇몇 편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라 한다. 시조는 시절가조의 준말이며, ‘시절가조’(時節歌調)란 그 시대에 부르는 노랫가락이란 뜻이다. 노래와 시가 함께 어우러진 예술형태였다. ‘시절’이라는 것은 당대(當代) 즉 ‘그때, 지금 이 시대’를 다 이르는 말이다. 그때그때 때맞춰 지어 읊는 시가이므로, 어쩌면 영원히 지금 이 시대에 지어 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조의 속성 때문에 한국의 유일한 정형시로 남아 전해왔고, 요즈음의 난관을 넘어 한민족의 미래와 함께 이어져 갈 것이다.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이 시조로 공부하면 한국 전통시와 문자를 더불어 깨우칠 수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은 한글의 원래 이름이다. 나는 2021년에 『우리 시조와 어우러진 한글과 한자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시조평설집을 낸 바 있다. 이 책에서 ‘한자’(韓字)가 우리 조상인 동이족이 만든 문자임을 추적하면서 훈민정음해례본을 보게 되어 한글의 위대성을 나름대로 조명하였다. 천지인 삼재사상과 음양오행의 원리에다 발음기관 모방창제에 관한 해설만 해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에 고구려 때 28수 천문도의 원리에 따라 훈민정음 28자의 자획이 이루어졌다는 반재원 국학박사의 인터넷 강의를 접하면서 놀라움이 더 컸다. 그래서 세종대왕, 전형필(해례본 수집·전파), 반재원, 이들 세 분의 관계를 반천 년 만의 시공을 초월한 만남이요 삼위일체라 평하였다. 이제, 여기에다 한 분을 더하여 4위일체라고 해야겠다. 바로 박재성 이사장이다. 경기데일리 박익희 대표의 누차에 걸친 권유로 만나 몇 시간 함께 대화를 나누고 설명을 들으면서 왜 이런 분을 진작 몰랐는지 면구한 느낌이었다. 자질이나 그간의 업적은 물론 미래 청사진을 추진할 능력에다 인품까지 훌륭하였다. 그 중에서 『세종어제훈민정음총록』 발간·배포와 훈민정음기념탑(28층, 108m) 건립계획 등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한글날이 마침 그의 생일날이라니 타고난 연분이 여간 가상치 않다.
요즘은 드라마·영화·음악 같은 여러 분야에서 이른바 문화 ‘한류’가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이러한 한국 정신문화(K-culture)의 핵심 아이콘은 ‘한글’과 ‘시조’라 할 수 있다. 나는 앞의 내 책에서 반재원 선생이 주장한 <단일기능성표준한글>을 제정하여 세계공용문자로 하자는 주장에 동의한 바 있다. 현행 한글 24자모로는 세상 사람들이 쓰는 모든 언어를 정확히 쓰기에 아쉬움이 있기에 사라진 자모 4자·병서·연서 중 일부를 되살리면 보다 완벽한 문자가 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박재성 이사장이 추진하는 훈민정음해례본 서술 방식대로 쓰게 되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쓸 수 있으니 더 완벽해진다고 할 수 있다. 다만 24자모 한글 중심으로 사용되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어려울지 모른다. 훈민정음의 창제 취지를 살려 그 원안대로 깨우쳐보자는 운동전개는 전통문화의 이해 및 세계로의 승화 계기가 될 수 있다. 취지에 경의를 표하면서 한 수 시조로 축원한다.
1. 세계문자대왕
세월이 흐를수록
더 생생한 일이 있다
세계인이 자기 말을
한 글자로 다 쓰는 날
세종의
훈민정음은
훈세정음(訓世正音) 되리라.
2. 세계문자대왕
세월이 흐를수록 더 생생한 일이 있다
세계인이 자기 말을 한 글자로 다 쓰는 날
세종의
훈민정음은
훈세정음 되리라.
3. 세계문자대왕
세월이 흐를수록 더 생생한 일이 있다
세계인이 자기 말을 한 글자로 다 쓰는 날
세종의
훈민정음은
훈세정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