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다 훈민정음이여!(광주대 교수, 영어과 초대학과장)
탁인석 | 조회 494
위대하다 훈민정음이여!
탁인석(광주대 교수, 영어과 초대학과장)
“만물의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글자는 훈민정음뿐”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운문이든 산문이든 당연히 한글로 표현된다. 작가의 성향에 따라 저마다 자신의 언어를 풀어 개성대로 작품을 창작해 간다. 작가들은 한글로 작품을 쓰면서 돌멩이를 옥으로 바꾸었다고도 고백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공기와 물은 생명 유지의 필수요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그들의 고마움을 잊고 살다가 부족하다 싶으면 필사적으로 갈구한다. 한글도 그 같은 경우가 아닐까. 그런데도 우리는 고맙기 짝이 없는 한글을 물과 공기처럼 그저 존재할 뿐으로 생각하고 있다. 10월에 맞는 한글날을 하루를 쉬는 국경일쯤으로 생각할 뿐이다. 그런데도 한글날만큼 훌륭하고 자부심 넘치는 경축일이 또 있을까.
한국이 이만큼 성장하여 내세울 자랑거리가 한둘이 아니지만, 지금은 한글이라고 불리는 훈민정음의 장점은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니다. 한국을 비하하는 나라마저도 훈민정음 즉 한글의 우수성만은 너나없이 동의한다. 한글이 없는 대한민국을 상상해 보라. 5천 년 역사의 우리말을 한글이 아니면 어찌 표현할 수 있었을까. 만약 한글이 부재하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문화나 경제나 사회의 제반 현상이 얼마만큼 가능할 것인가. 짚어볼수록 한글은 우리의 고유성과 자존심을 담보한 최고의 문자로 손색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문자니까 그렇다 치고 우리 밖의 사람들은 어떤가. 우선 세계의 문자 가운데 오직 우리의 훈민정음만 제작한 사람과 반포 일을 알며, 제작원리까지도 만방에 내세울 수 있는 유일의 문자이다. ‘한글’은 세종께서 제자 당시에 붙인 이름이 아니고 1910년 초 주시경 선생 등이 ‘한’이란 ‘크다’라는 의미를 담아 명명한 것이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과학적이라는 인식 위에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는 만능인 것에 대해 지구촌의 언어학자들은 찬탄에 찬탄을 거듭하고 있다.
한자는 글자 수가 많기로 유명하지만, 그에 따른 한계 또한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일본어는 자음과 모음마저 미분리 상태이며 영어의 사용 영역은 그 문자의 광역성만큼 한글과 견주어 비교되지 않는다. 외국인도 대학 이상의 학력이면 1시간 안에 자기 이름을 한글로 쓸 수 있다고 한다. 한글 자음의 기본은 ‘ᄀ, ᄂ, ᄆ, ᄉ, ᄋ’인데 ‘ㄱ’에다 획수를 더하면 ‘ᄏ, ᄁ’이 된다. 그러니까 앞글자 다섯 개의 자음만 알면 다음 글자의 사용능력은 그냥 따라오게 되어있다. 복잡한 모음체계도 점(.) 하나에 작대기 두 개(ㅡ ,ㅣ)로 조작을 끝낸다. 가장 간단한 것으로 가장 복잡한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글의 언어적 창조력은 휴대전화기에서도 여지없이 그 위력을 발휘한다. 자판에 한글을 모두 넣어도 자판이 남아돈다는 얘기다.
AI 시대가 시작되면서 광주가 AI의 도시라는 점이다. 시장께서는 광주를 말할 때 ‘AI 도시 광주’가 먼저 나온다. AI와 한글은 이미 산업화의 구상을 전제하며 이와 관련하여 광주의 미래 또한 여기에 접목할 수 있다. 『영원한 제국』으로 유명해진 이인화 소설가가 있다. 이화여대 재직 시에는 천재 소설가이자 스타 교수였던 그가 우여곡절로 학교를 떠나게 됐지만, 그 후 4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야심 차게 완성한 장편소설 『2061년』의 소재가 훈민정음이다. 이 작가는 현재 인공지능 AI에 매료되어 있고 작품은 1443년 창제된 훈민정음이 AI의 소리와 생각을 표기하는 유일의 문자이며 2061년 세계 공용문자가 된다는 설정이다.
인공지능 AI 앞에서 로마자의 음성인식은 완벽한 무용지물이다. 이에 반해 훈민정음의 언어 가동력은 놀랄 만큼 빠르고 정확하다. 요컨대 순경음, 반치음 등 15세기 훈민정음의 초성, 중성, 종성을 결합하면 약 400억 종의 분절음을 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물의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훈민정음 데이터로 전 세계의 인공지능은 그 모두를 한글화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또한, AI가 지성체가 되면 말을 하려고 할 것이고 이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가 한글밖에 없다는 게 학자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AI 도시 광주는 이제 바빠져야 한다. 여기에다 AI 도시 광주가 한글 ‘판권’을 획득해야 미래의 광주가 그려지게 된다. ‘세계한글 작가대회’의 광주개최는 그런 의미에서 광주의 미래를 그리는 큰 뜻이 있다. 한글을 잘 쓰는 작가와 이를 응용하는 과학과 기술의 융합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