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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혁신적 마인드와 자주·애민정신의 산물(전 육군사관학교장)

강창구 | 조회 494

 

훈민정음, 혁신적 마인드와 자주·애민정신의 산물

 

강창구(전 육군사관학교, 예비역 중장)

 

오징어 게임, BTS, 싸이 등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대단하다. 덕분에 외국인들의 한국에 관한 관심 증대와 더불어 한국문화와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한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문자가 없어 한글을 표기 문자로 채택해 사용하는데, 그들은 한글을 반나절 만에 익힐 수 있어서 반나절 언어라고 부른다. 그만큼 한글은 배우고 익히기 쉬운 문자이다. 그 조합원리만 이해하면 처음 접하는 외국인도 쉽게 읽고 쓸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문자이다. 또한, 한글은 소리에 따른 사람의 발음 기관 모양을 본떠 만듦으로써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전 세계 사람들이 한글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목적과도 일맥상통한다.

 

1446, 세종은 우리 민족의 독자적인 문자인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했다. 글자 뜻 그대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은 이전까지 사용되었던 그 어떤 문자보다도 직관적이고 배우기 쉬운 글자였다. 그러나 이런 과학적인 문자의 탄생에도 불구하고 당시 조선 사회에서 지배적인 문자 체계는 한자와 한문이었다. 그 이유는 지식정보가 곧 힘의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먼 옛날 문자의 등장으로부터 역사시대가 시작되었고 그로부터 법과 질서가 만들어졌던 것과 같다. 말 그대로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은 당대 지배층의 전유물이었고, ‘문자를 통해 그들의 특권과 지배의 당위성이 보장되었다. 조선의 지배층이 훈민정음이 등장한 이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그것을 보편 문자로 인정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뜻을 담아내고 있는 표의문자인 한자와는 다르게, 말하는 소리 그대로를 적은 표음문자인 훈민정음은 아둔한 자라도 일주일, 명석한 사람은 반나절이면 깨우칠정도로 배우기 쉬웠고, 그렇기에 사회 계층에 따른 언어적 장벽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순 한글의 사용은 조선 후기 유입된 다양한 신문물 가운데 기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늘 아래 인간의 높고 낮음이 없음을 강조하던 기독교는 당시 민중들이 큰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민중을 선교의 대상으로 삼았던 기독교는 교리인 성경을 더 많은 대상에게 보급할 필요가 있었고, 이는 일본에서 유학하던 조선인 청년들을 중심으로 성경의 한글화 작업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한문 병용 등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었다. 결국, 경제적인 이유와 편리성 때문에 오늘날 한자와 한문은 단어들 속에만 남아있게 되고, 특별하게 강조하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일상적인 글에서는 순 한글 사용이 정착되었다.

이처럼 훈민정음의 등장은 당시 일반 민중들도 자신이 뜻한 바를 쓰고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줌으로써 지식정보의 이동을 가능케 한 혁명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사에 유례없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고,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한류 열풍을 가능하게 만드는 성장 동력임이 분명하다.

필자는 육군사관학교장 재직 시절, 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 박재성 이사장의 명저인 소설로 만나는 세종실록 속 훈민정음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훈민정음 창제 과정을 묘사한 그 책을 통해 필자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 속에서 세종대왕의 혁신 마인드와 자주·애민정신, 그리고 수많은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해가는 리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하여 미래 대한민국의 안보를 이끌어 갈 청년 사관생도들이 그 책을 통해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물론, 국가와 국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느끼고 나아가 훌륭한 리더의 본질과 역할, 특히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올바른 리더십에 대한 깊은 통찰과 혜안을 얻기 바라는 마음에서 꼭 읽어볼 것을 권장했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인 훈민정음의 올바른 창제 원리와 정신이 앞으로도 후세에 널리 알려짐으로써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문화강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