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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행궁과 충북교육(충청북도교육감)

윤건영 | 조회 497

 초정행궁과 충북교육

윤건영(충청북도교육감)

 

충청북도에는 도민들에게는 친숙하지만 외지인들은 잘 모르는, 그 위치와 명성은 알아도 역사적 사실과 의미는 잘 모르는 그런 곳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평가가 절하된 곳으로 청주 내수의 초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세계광천학회가 꼽은 세계 3대 광천수의 하나이자 세종대왕께서 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방문했을 정도로 뛰어난 광천수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한동안은 이러한 광천수의 효력과 명성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로 자리매김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면에는 우리가 간과했던, 아니 제대로 알지 못해 그에 걸맞는 대접을 하지 못했던 점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대한민국 문화의 최정점이자 가장 큰 자랑거리인 한글이 창조된 곳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의 모태이자 원천(源泉)이 훈민정음이라는 점은 모두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 훈민정음이 어떻게 한글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정착되었는지, 훈민정음의 정확한 창제과정은 어떠했는지, 초정행궁이 이 과정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은 게 현실입니다.

이 중에서도 우리의 역사가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부분이 바로 초정행궁입니다. 당시의 관련 기록과 주변 여건을 보면 세종대왕께서는 눈병치료를 내세워 초정행궁으로 거처를 옮기는 방법으로 반대하는 사대부들의 감시의 눈을 피해 훈민정음을 완성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역사적 고증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초정행궁의 역할과 가치를 낮춰서는 안될 일입니다. 그러기에는 한글, 즉 훈민정음이 우리 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지대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아도 초정행궁이 훈민정음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훈민정음은 세계 문자 사상 가장 진보된 글자이고, 지구상의 문자 가운데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표기 체계, 가장 독창적인 창조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우리가 길이 아끼고 번창시켜나가야 할 유산입니다.

그래서 한 세계적인 언어학자는 훈민정음을 두고 대한민의 국민은 문자학적 사치를 누리고 있다는 표현으로 극찬하는 한편 문자를 통한 탁월한 우리의 문화적 기반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모든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의 창제국이자 보유국인 대한민국은 이같은 훈민정음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분명하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작 이같은 호사를 누리고 있는 우리 자신들은 훈민정음 창제의 업적과 훈민정음의 역사와 가치를 제대로 돌아보고 살펴보는 일에 소홀했습니다. 훈민정음이 창제된지 600여년이 다 되어가지만 세종대왕의 창제정신인 애민(愛民)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한 책 한권이 없으니 소홀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외면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지금이라도 우리문화의 기반이자 세계가 부러워하는 역사적 자산인 한글에 대해 알고, 알리고, 발전시키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한글에 앞서 훈민정음의 창제과정과 그 원리 등에 대해 좀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전파시킬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그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일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바로 청주 초정인 것이고 이제 충북인들이 그 일을 수행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이에 발맞춰 충청북도교육청에서는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된 초청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살리고자 이곳에 있는 초정행궁을 한글 세계화의 명소로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큰 틀에서 먼저 한글사랑을 위한 기본적인 활동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충북교육에 특화시키기 위한 여러 구상을 진행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대한 문자인 한글을 보다 많은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일에는 세종대왕 한글창조학교 운영이 한몫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비롯해 한글교육을 보다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보고 실천하는 일들이 훈민정음의 탄생지 초정행궁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지역별로 출신위인이나 명소를 기반으로 한 지역자원 연계 창의예술 교육 사업과 연계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문화 기반의 발원지(發源地)로써 초정의 이름을 드높이는 활동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제가 교육감으로서 추진하고자하는 시군별 출신위인이나 명소를 기반으로 한 지역자원 연계 창의예술 교육 사업과 연계한다면 우리 충북에 더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와같은 충북교육의 활동과 역할이 더해진다면 훈민정음의 탄생지 초정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며 초정행궁 등의 관련 시설들도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기념사업회에서 구상하는 창제기념탑건립 등 명소화 사업이 이뤄진다면 훈민정음의 우수성과 이를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전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훈민정음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게 될 이런 일들 하나하나는 그 파장이 한글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한류의 깊이와 그 가능성을 더 깊고 넓게 만드는 한편 초정은 물론 충북을 세계에 각인시킬 것이기에 그 시작에 앞서 벌써부터 훈민정음의 내일과 이를 활용한 충북교육의 내일을 향한 꿈을 부풀게 합니다.